1. 상륙하여 남경을 공격한 일본 해적
1555년 6월 7일 가정제 치세의 명나라 화남 지방에 일본 해적 몇이 상륙한다.
이들은 상륙한 후 일반적인 해적들처럼 약탈에 열중하지 않았다. 성을 만나면 공격하고 방화하며 명나라 관병을 만나면 무조건 죽였다.
이때 침략한 일본 해적들은 일개 해적이 맞냐 할 정도로 무시무시한 전투력을 지녔다.
명나라 시기 일본 해적에 의해 피해를 받았던 것 중 이에 필적할만한 것은 없었다.
주양과 장승이 이끄는 명군 관병이 막으러 갔으나 대패하고 주양은 전사하고
장승은 칼에 맞고 낙마하여 포로가 되었다가 살해당했으며 300명의 관병이 죽임을 당했다.
주해도 편에는 놀라서 이렇게 적고 있다:
"왜적 53인은 매끄러우면서도 지모가 있고 용맹하면서도 전투를 잘한다. 보통의 왜적이 아니다."
이후 이들이 남릉을 공격할 때 명군은 300명의 관병을 보내어 성을 지키게 했다.
그러나 해적들이 돌진해들어와 수비병이 궤멸했다. 그리고 현성으로 돌진하여 방화하여 가옥을 불 태운다.
현성의 주변 삼개 현부의 관리가 병사를 몰고 와서 지원했다.
서로 싸울 때 관병이 화살을 당겨서 쏘니 해적들은 모조리 손으로 그 화살을 잡았다. 여러 군이 서로 보면서 놀랐고 모조리 궤멸 당했다.
이 기록을 보면 일본 해적 하나하나가 모두 손으로 날아오는 화살을 잡거나 칼로 쳐낼 정도라는 것이다.
이 4개현의 정규군과 지방민병이 이런 광경을 보았으니 모조리 궤멸하는 것도 이상한 일이 아니다.
가장 입이 떡벌어지게 하는 일막은 그 뒤에 발생한다. 이들은 명나라의 구 수도였던 남경을 공격한 것이다.
성을 지키는 병력이 1만명이 넘는다. 그런데 겨우 수천명에 불과한 이 해적들이 공격해온 것이다. 기록을 보면
"왜적은 직접 남경으로 향한다. 우두머리는 붉은 옷을 입고 말을 타고 황색덮개를 했다."
무리들은 대안덕문을 공격했으나 아군 병사들이 성위에서 불로 공격한다.
적은 외성을 따라 소안덕문, 협강등의 문을 오가며 성안을 훔펴보고 첩자를 보낸다. 적은 마침내 무리를 이끌고 포강에서 주릉관으로 간다"
남경은 온 성안이 혼란에 빠진다. 군과 백성이 모두 깜짝 놀란다. 남경의 가장 높은 관리는 병부상서 장시철이다. 그는 급히 성문을 닫도록 명령하고 백성들이 자체적으로 식량과 무기를 준비하여 성으로 올라가 지키도록 명령한다.
당시 남경의 문관이였던 하량준이 남긴 기록이다.
"공격해온 왜적은 겨우 72명뿐이다. 남경 병사들이 그들과 상대해서 진을 쳤다. 두번째로 높은 지휘관과 병사 900명을 죽였는데 이들 72명은 한 명도 죽지 않고 떠났다. 남경의 13개 문은 모조리 닫아걸고 온 성의 백성들이 모두 성위에 올라갔다. 당상의 여러 고관들과 각사에 속한 관리들이 각 문을 나누어 지켰다. 비록 적이 물러갔지만 방어를 풀 생각은 감히 하지 못 했다.
무릇 경성의 수비는 엄밀하지 않다고 할 수 없었다. 평소에 여러 귀족들은 말을 타고 길거리를 달렸고 군졸들은 매월 양식 팔만을 요청했다. 그게 모두 오늘과 같은 때를 위한 것이 아닌가. 그런데 72명의 왜적이 문을 두드리는데 이렇게 당황하여 어찌할 바를 모르다니 이게 조정을 크게 욕보이는 것이 아니면 무엇인가?"
당시 명나라의 저명한 학자 귀유광도 남경 내에서 과거시험을 치고 있었는데 이에 대하여 탄식하며 평소에 병사를 먹여살린 결과가 무엇이냐고 말했다고 한다.
결국 숫자 부족으로 함락은 시키지 못했지만 일본 해적들은 한명도 죽지 않았으며 다수의 명나라 관병을 유유자적 죽이고 해적들은 철수했다.
2. 소수민족들로 구성된 낭병들과 일본 해적의 대결
결국 명나라 조정에서는 남방의 광서성에 거주하는 소수민족들로 구성된 낭병을 보내와 일본 해적을 상대하게 한다.
신기하게도 이 낭병들은 와씨부인이라는 60이 넘은 노파가 이끌고 있었는데 중국 소수민족들은 모계사회의 전통이 강했다.
더군다나 이들 낭병들은 한족이 아니라서 성격이 난폭하고 전쟁터에 열번 나가면 아홉번은 이긴다고 명성이 자자했다.
와씨부인은 나이어린 증손자 잠대수와 잠대록을 데리고 자신 휘하의 낭병 6872명을 데리고 출정한다.
이들의 기병은 매우 왜소한 말을 타고 있었는데 광서성 특산종인 덕보왜마이다. 현재도 세계에서 가장 키가 작은 말이다.
이들 낭병의 전술은 일곱명을 한 조로 하여 여섯명이 찌르고 한명이 수급을 베며 획득한 전공은 일곱명이 똑같이 나눈다.
한사람이 적과 마주치면 한 조가 모조리 구하러 가고 만일 한명이 죽으면 한 조가 전부 처형 당한다.
또 두명을 한 조로 하는 야전법도 있다. 적을 마주할 때 두 사람이 앞뒤로 서서 창을 든 사람은 돌진하고 활을 든 사람은 뒤에 선다. 입에는 칼을 물고 손에는 화살을 든다.
화살을 다 쏘면 칼을 잡고 창병과 함께 싸운다. 이런 전술때문에 와씨 부인은 자신의 낭병들은 일본 해적과 싸워서 이길 수 있다고 자신했다.
그러나 소수민족인 이들은 한족 관료들에게 냉대를 받아야했다.
단영성의 성주 단양윤은 이들을 받아주지 않았으며 소주지부 임우거도 이들의 입성을 못하게 하였다. 성밖에 진을 치라는 것이다.
그러나 필사적으로 사정한 덕에 설득을 성공하여 소주성에 이들 낭병들이 들어온다.
그러나 이들 낭병들도 일본의 검술에 상대가 되지 못했다. 총병 유대유는 낭병을 초병으로 보내어 적을 탐지한다.
그러나 매복에 걸려들고 낭병의 장수였던 종부와 황유를 포함한 14명이 전사하고 병력의 절반을 잃는다.
이후 복수를 위해 와씨부인이 직접 출정했지만 일본 해적들이 와씨를 몇 겹으로 포위하게 된다.
와씨는 머리카락을 흐트리고 칼을 휘두르며 진의 가운데를 오가며 충돌했다.
그녀가 탄 말의 꼬리장식은 해적이 휘두르는 칼에 거의 모두 뽑힌다. 와씨부인은 피를 뒤집어쓰며 겨우 도망쳐 나왔다.
한족 관병들은 일본 해적이 무서워서 구원하러 가주지 않았다. 와씨는 자신들을 도우지 않은 한족 관료들에게 욕설을 퍼부었다.
다음 날 와씨부인의 조카 잠광은 스스로의 용력을 믿고 혼자서 나선다.
의외로 선전하여 일본 해적 네명을 죽이지만 결국 자신의 말과 함께 베어 죽는다.
그후 금산 전투에서 백현이 이끈 낭병들이 일본 해적과 싸우지만 전군이 궤멸한다. 백현은 포위되어 여러 번 찔렸다.
그러자 와씨부인이 친히 나서서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칼을 휘둘러 오가면서 적진을 돌파한다.
이렇게 하여 여러 겹의 포위를 뚫고 백현을 구출한다.
3. 소림사 승려들과 일본 해적의 대결
믿었던 사나운 낭병들도 대패하자 이번에는 무공으로 유명한 소림사가 무예에 능한 무승 30인을 보내왔다.
곤과 창으로 무장한 소림사 무승들은 월공 대사의 지휘하에 송강에서 일본 해적과 싸웠다.
이들은 길이 7척에 무게 30근의 철곤을 들고 다니며 휘둘러서 싸워 처음에는 의외로 선전했지만 애시당초 너무 무거운 철곤을 휘둘러서 금방 지쳐버리고 결국 월공 대사를 포함한 승려 서른명 전원이 죽고 만다.
소림사가 사실상 활약한게 거의 없고 관병들과의 싸움에서도 대패한게 많음에도 그나마 외국 세력과 싸운게 이거 뿐인데 그나마도 전멸해서 사실상 이 전멸한 월공 대사와 30인의 무승을 애도하는 비석이 이 자리에 세워져 있다고 한다.
4. 일본 해적을 간신히 진압하다
그러나 승승장구하던 일본 해적들도 점점 숫자가 줄어들고 애시당초 정규군이 아니라서 보급에도 한계가 있으며 이들은 현지 약탈을 하지 않고 관병만을 오로지 죽였기 때문에 점점 난관에 부딪히게 된다.
해적들이 소주의 호서관에 이르자 소송제독 조방포와 부사 왕숭고, 첨사 동방정, 지휘 장대강, 파총 누령이 이끄는 수천의 명나라 관병들이 정면으로 접전을 벌인다.
그러나 피해가 매우 막심했으며 일본 해적들은 겨우 27명이 전사했다.
이때 해적들에게 대패한 낭병들도 이곳으로 진격하여 왕강경에서 탕극관과 와씨 부인의 지휘 아래 1980명의 일본 해적을 죽인다. 그후 낭병은 다시 육경패 전투에서 300명을 죽인다.
그러나 일본 해적들도 최후로 강력하게 저항하여 관병들만 5천명을 죽였다. 결국 간신히 일본 해적을 다 죽이는데 성공했지만 명나라 관병 5천이 죽고 명나라의 어사 한 명, 현승 한 명, 지휘 두 명, 파총 두 명이 전사해버리는 참담한 피해를 받고 만다.
이것이 임진왜란이 일어나기 38년 전 일본이 정규군도 아닌 해적들로만 이루어진 정식 군대도 아닌 무장집단으로 명나라 남부 지방을 헤집고 다니며 정규군과 토사병, 소림사 승려들까지 모두 가지고 놀다가 결국 숫자부족으로 전멸 당한 중국 역사상 치욕의 참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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